[바로간다] '노예 생활' 16년..지적장애인 모자 등쳐 먹은 공장

윤상문 입력 2019. 4. 17. 20:15 수정 2019. 4. 1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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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윤상문 기자입니다.

제가 지금부터 전해 드릴 뉴스를 보시면 '지금이 어느 땐데..'라는 말이 절로 나올 텐데요.

과자공장에서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무려 16년 동안 노예생활을 했던 지적장애인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3년 전 어렵게 공장에서 탈출한 이 어머니와 아들은 배상을 받기 위해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노동착취가 일어났던 과자공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과자공장은 충남 당진의 한 시골마을에 있었습니다.

시내에서도 2-30분은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 2급 65살 황모씨.

이곳 생활이 끔찍했다고 말합니다.

[황 모 씨/지적장애 엄마] "엮이고 싶지도 않아요. 생각 자체도 (하기 싫어요). 아유 지겨워 지겨워. 허리도 아프고, 그냥 팔도 아프고"

황씨가 공장에서 일하던 영상입니다.

고무대야를 정성껏 씻고 나서는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자리를 옮깁니다.

누군가 자신을 찍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일을 하던 황씨.

"어이"

황씨의 공장일은 허드렛일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쌀을 튀겨 담는 공정을 도맡아 했고, 같은 지적장애인 39살 아들과 함께 과자도 만들고 포장도 했습니다.

[최 모 씨/지적장애 아들] "리어카에다 거기다 쌓고서 옮기는 거 있잖아. 그게 좀 힘들고요. 그 다음에 짐을 풀어놓고 쌓는 거요."

휴가철에 일감이 없어 기계가 안 돌아가도, 황씨 모자는 공장에 남아 일을 했습니다.

[황 씨/지적장애 엄마] "휴가 때는 그냥 (공장주인 집에) 들어가서 청소를 하든지 빨래를 하든지 그랬어요. 아줌마들 돌아다니고 놀러다니고." (어디 놀러 가보신 적은 없으세요?) "없어요. 그냥 일만 죽어라 했어요."

황씨 모자는 남편이 숨진 뒤 친척 손에 이끌려 공장에 맡겨졌습니다.

그로부터 쉼없이 일한 세월이 16년.

그러나 지금 수중엔 돈 한푼 없습니다.

공장주가 임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 씨/지적 장애 아들] "돈 못 받았죠. 주기적으로 토요일날 이발하라고 그것만 주고. 간단한 것도 그렇게 챙겨주진 않았어요."

임금을 안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도록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김 모 씨/공장 동료] "(공장주가) '월급을 안 줘도 돼. 네가 월급 받은 만큼 일했어?' 세뇌 같은 거(를 당해서) 이 사람들은 안 받는 거구나 밥만 먹어도 고맙구나…"

3년 전 장애인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황씨 모자는 노예같은 생활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공장 주인 정모씨는 모자가 받았어야 할 장애인연금과 국민연금 2천만원까지 빼돌렸습니다.

결국, 정씨는 근로기준법 위반과 폭행, 횡령 혐의로 징역 2년을 살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황씨 모자와 가족처럼 지냈을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정모 씨/공장주] "같이 살고 같이 밥 먹고 살았지. 장애인들이 솔직히 선생님들이 데리고 가서 한 달 만 살아봐. 내가 제주도도 한번 못 가보고..친구들이 여행 가자고 하면 난 안가 걔들 때문에 안 가"

먹여주고 입혀주고 해줄 건 다해줬다고 주장합니다.

[정 씨/공장주]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다해줬는데 아무것도 안 해줬다고…"

억울했던 황씨 모자는 16년간 밀린 월급 6억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법원 판결은 황씨 모자를 한번 더 울렸습니다.

10년치 임금 3억원만 배상받을 수 있다고 판결한 겁니다.

황씨 모자가 임금을 요구할 권리행사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그 이전의 임금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논립니다.

그런데 공장주 정씨는 이 돈마저도 다 못주겠다며 항소장을 냈습니다.

[정 씨/공장주] "그 사람들 돈 안 떼먹을 테니까. 걱정 말고 가. 내가 나 죽는 날까지는 해서 줘."

장애인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받을 돈이 있는지도 모르는 지적장애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억울한 건 황씨 모자뿐만이 아닙니다.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 당시 지적장애인 박모씨도 노예생활 14년간 가운데 10년치만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최정규 변호사/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실상 피해 장애인들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가해자의 변명에 가까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 헌법위반의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서 내일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비장애인보다 몸이 불편하고,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이용한 장기 노동 착취는 이순간 또다른 어디선가에도 이뤄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의 법은 약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법의 판단이 약자의 편에 설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꺼라 저희는 믿습니다.

그때까지 '바로간다'는 끝까지 추적하겠습니다.

바로간다 윤상문입니다.

윤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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