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염전노예 ‘자필 조작’ 처벌불원서, 법원 진위 검증 안 했지만…“위법은 아니다”읽음

박광연 기자

국가상대 손배소 패소

전남 신안군 일명 ‘염전 노예’ 사건의 가해자인 염전 주인 ㄱ씨에 대한 1심 선고일을 사흘 앞둔 2014년 10월 법원에 ‘처벌불원서’가 제출됐다. ㄱ씨는 지적장애인 박모씨 등을 감금한 뒤 13년가량 자신의 염전에서 ‘노예’처럼 일을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처벌불원서에는 피해자 박씨가 “ㄱ씨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와 처벌을 원치 않으니 선처해달라”고 쓴 후 자필 서명이 기재돼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이 처벌불원서를 양형 참작 사유로 삼아 ㄱ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씨는 자신의 이름만 겨우 쓸 수 있을 뿐 한글을 읽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이었다.

해당 처벌불원서는 항소심에서 ㄱ씨 측이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의 변호인은 “1심 법관들이 처벌불원서가 박씨의 진의인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지난해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송인우 부장판사는 18일 박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법관들이 위법·부당한 목적을 갖고 재판을 했다거나 직무수행상 준수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판결을 두고 법관의 위법행위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국민들의 인식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씨 측 최정규 변호사는 “평균적인 법관이라면 심각한 지적장애인인 박씨가 처벌불원서를 쓴 게 맞는지 검증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다소 엄격한 기준으로 법관의 위법행위를 판단한 데에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박씨와 상의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